다이애나 비의 마지막 크리스마스를 다룬 이 영화는, 이 영화는 왕실 이야기가 아니라, 한 사람이 더 이상 숨죽이고 살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순간까지의 기록처럼 느껴졌습니다. 저는 겉으로만 드러난 다큐가 아닌 진짜 다이애나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참 아까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며 마음이 아파진 영화 스펜서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화려한 왕실, 그 안의 숨 막히는 고독
영화는 1991년 크리스마스이브, 샌드링엄 하우스에서 시작됩니다. 저는 시작부터 예상했던 화려한 왕실 이야기가 아닌가? 의아했습니다. 주방 요리사들 까지도 군인과 같은 움직임은 무엇일까. 안개 낀 하늘부터 우울한 분위기였습니다.
다이애나가 홀로 차를 몰고 샌드링업에 도착하는 첫 장면부터 무게가 느껴졌습니다. 도착하자마자 몸무게를 잽니다. 왕실 가족들은 크리스마스 연휴 동안 얼마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지 체중으로 측정하는데 도착했을 때보다 무게가 늘어야 '성공적인 휴가'라는 겁니다. 정말 이런 비인간적인 일들이 영국 왕실의 규칙일 수 있을까요? 보는 내내 저는 진짜?, 진짜?를 연발하며 충격적이다라는 생각을 반복했습니다.
완벽하게 차려진 식탁에 한껏 차려입은 사람들, 꼿꼿하게 수프를 먹고 경멸이 담긴 시선을 나눕니다. 그 장면을 보는데 괜히 제 어깨까지 굳어졌습니다. 밥 한 숟가락 뜨는 것도 눈치가 보일 것 같았어요. 엄격한 규율, 정해진 시간표 심지어 크리스마스 선물을 여는 시간까지 정해져 있었습니다. 실제로 왕실 사람들은 각자의 선물 무게를 재서 비교한다고 합니다. 평범한 가족의 크리스마스이브의 분위기와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그녀가 입어야 하는 옷도 정해져 있고, 말해야 하는 것도 정해져 있고, 심지어 커튼을 열고 닫는 것조차 자유롭지 않은 장면에서는 저도 숨이 턱 막혔습니다. 이런 장면에서 다이애나의 표정은 참을 수 없는 저항을 두 눈으로 표출하며 화려한 감옥 같은 생활에 질식해 가고 있는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왕실의 화려함은 그녀를 더 외롭게 만들었습니다. 사람들은 그녀를 보지만, 그들은 '프린세스 오브 웨일스'를 볼 뿐, 다이애나 스펜서라는 한 여성은 보지 못합니다. 흔한 엄마의 잔소리도 감당이 안 되는 저는 이게 얼마나 고독한 일인지 상상도 가지 않았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다이애나가 거울 앞에서 자기 자신과 대화하는 신이었습니다. 그녀는 울고, 웃고, 소리치고, 다시 침묵합니다. 처연한 느낌과 함께 처절한 몸부림이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영화에서 실제 다이애나는 완벽하게 묘사되지는 않았겠지만 불안정하고, 때로는 충동적이고, 감정의 기복이 심한 상태임을 리얼하게 보이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완벽한 프린세스가 아니라, 상처받고 흔들리는 한 사람. 그게 진짜 다이애나였다는 걸 완벽하게 보여줬습니다. 실제 다이애나 역을 맡은 배우는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고개를 살짝 숙이고 올려다보는 다이애나 시선, 어색하게 어깨를 움츠리는 모습, 긴장했을 때 손을 비비는 습관 등 실제 다이애나의 모습을 많이 보여 주었습니다.
자유를 향한 몸부림
영화에서 모욕적인 스토리를 가진 진주목걸이는 영화 내내 다이애나를 옭아매는 상징이 됩니다. 그녀가 그걸 목에 걸 때마다, 마치 아름답지만 무거운 목줄을 차는 것처럼 보입니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은 다이애나가 진주목걸이를 억지로 끊어버리는 신입니다. 그녀는 단순히 목걸이를 끊은 게 아니라 자신을 옭아매던 모든 것과의 결별을 선언을 합니다.
다이애나가 그 진주알들을 수프에 넣어서 먹는 장면에서는 저 정도로 감정이 무너진 걸 무서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는 아니었지만 이 장면은 감정이 무너졌다고 보기에도 충분치 않아 보였습니다. 하지만 단지 미친 짓이 아니라 자신을 억압하던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그걸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시도였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영화는 이런 무너질 듯한 장면들을 많이 담고 있습니다. 다이애나가 환각을 보고, 과거의 자신과 대화하고, 앤 볼린의 유령을 만나는 장면들. 극도의 스트레스와 불안, 섭식장애와 우울증. 그녀의 세계는 이미 현실과 환상이 뒤섞여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앤 볼린과의 대화는 특히 의미심장합니다. 왕실에 시집와서 버림받고, 결국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앤 불린. 다이애나는 자신이 그녀와 같은 운명을 걷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역사는 반복되고, 왕실은 변하지 않았어요.
자신이 자란 집에서 앤불린의 유령이 말합니다. 도망치라고. 진주목걸이를 끊는 그 순간부터, 다이애나는 변합니다.
그 순간, 저는 화면을 잠시 멈췄습니다.
더 이상 참지 않기로 결심한 거예요. 그녀는 커튼을 활짝 열어버리고, 규칙을 어기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합니다.
영화의 마지막, 다이애나는 아버지의 코트를 입고 사냥터에 허수아비처럼 들어가 아이들은 데리고 달려 나와 아이들과 함께 샌드링엄을 떠납니다. 그리고 패스트푸드를 아이들과 먹는 장면에서 강가에 선 그녀의 달라진 표정으로 끝납니다.
그녀가 선택한 건 불확실한 미래였지만, 그건 자유로운 미래였습니다. 이 장면을 보면서 저는 비극적인 일이 갑작스럽게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그녀는 결국 해냈습니다. 두 가지의 인간성을 강요받는 곳에서 탈출한 거예요.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다이애나를 다시 보게 될 거예요
다이애나는 완벽한 공주가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불안하고, 취약하고, 때로는 불안정한 한 사람이었어요. 섭식장애로 고통받고, 외로움에 몸부림치고, 자해 충동까지 느끼는 그런 한 사람이었어요. 어쩌면 이 영화는 자유를 꿈꾸는 한 사람의 조용한 반란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의 감독인 파블로 라라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실제 일어난 일을 정확히 재현하는 게 아니라, 다이애나의 감정과 심리 상태를 영화적으로 표현했습니다. 그래서 그래서 저는 이 영화가 더 아프게 느껴졌습니다.
조니 그린우드의 불안하고 긴장감 넘치는 음악도 탁월했습니다. 아름다운 순간에도 뭔가 불편한 느낌을 주는 다이애나의 삶이었어요.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속으로는 너무나 고통스러운.
영화를 보고 나서 저는 다이애나에 대한 기사들을 다시 찾아봤습니다. 그녀의 인터뷰 영상도 다시 보면서 제가 얼마나 그 왕관뒤에 한 사람의 모습을 몰랐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다이애나의 이야기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여성에게 강요되는 완벽함, 억압적인 시스템, 개인의 자유와 공적인 의무 사이의 갈등은 여전히 우리 주변에 있는 문제들입니다.
다이애나는 결국 숨을 쉴 수 있는 순간을 찾았지만, 우리가 알다시피 그 자유는 오래가지 못했어요. 1997년, 그녀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사실을 알고 영화를 보고 있어서인지, 마지막 장면이 더 마음에 걸렸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그녀의 죽음이 얼마나 비극적인지 더 깊이 이해하게 됩니다.
마치며
스펜스는 완벽한 영화는 아닙니다. 저는 타인의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보며 불편하기도 공감이 되기도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다이애나를 기억하는 방법은 많지만 진심으로 누군가를 이해하고, 그 아픔을 공감하는 것도 진정한 추모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없이 인간적이기에 슬픈 영화 스펜서를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