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1980년대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미국 아칸소의 낯선 땅으로 이주한 한국인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미나리를 보았습니다. 이 영화는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라고 하는데요 저도 중학교 때 아메리칸드림을 꿈꾼 적이 있습니다. 특별한 포부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토요일이면 하던 오늘의 명화를 보고 이국적인 분위기에만 취했던 것이었습니다. 당연히 부모님은 아무도 없는 곳에 어린 저를 보낼 수 없다고 반대하셨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단순히 이민자의 고생담을 넘어 가족의 본질과 생명의 위대함을 이야기합니다.

1. 낯선 땅에 정착
영화는 바퀴 달린 집이 광활한 초원 한복판에 놓이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남편 제이콥은 이곳의 흙이 미국에서 가장 좋은 흙이라며 자신만만하게 농장을 일구려 하지만, 아내 모니카에게 이곳은 아이들의 병원조차 멀리 떨어진 위태롭고 외딴 고립지일뿐입니다.
여기서 저는 성공을 증명하려는 아버지의 입장과 가족에게 필요한 인프라를 생각하는 어머니의 갈등이 꽤 현실적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이콥은 병아리 감별사로 일하며 번 돈으로 한국 채소를 재배하는 데 집착합니다. 그는 아들 데이비드에게 아빠가 해내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합니다. 가부장적인 무건운 책임감과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받고 싶어 하는 아버지의 모습이라 생각했습니다. 저의 아버지도 사업을 하시면서 무언가 증명해 보이 기라기보다는 소리 없이 버텨서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셨을 거라 성인이 되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굉장히 가부장적인 스타일이시거든요. 반면 모니카는 물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는 환경에서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평생 가정주부셨던 저의 어머니처럼요.
두 사람의 대립은 이민자 가족이 겪는 경제적 빈곤과 정체성의 혼란을 보여줍니다. 이들은 미국이라는 크고 낯선 차별의 사회에 정착하려 노력하지만 정작 가족 내부의 균열은 깊어만 갑니다. 나라면 저런 환경에서 가족을 지키고 생계를 이루어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대입해 보았습니다.
답은 없고 불안과 경계심이 서로를 더 멀어지게 하지 않을까. 아니면 힘든 상황이지만 가족이 있어 위안이 되는 걸까. 마음이 답답해졌습니다.
2. 할머니와 미나리
부부의 갈등과 육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에서 외할머니 순자가 건너오면서 영화의 분위기는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하지만 어린 손자 데이비드의 눈에 비친 할머니는 "진짜 할머니 같지 않은" 존재입니다. 쿠키를 구워주지도 않고, 걸쭉한 욕설을 내뱉으며, 화투를 치는 순자의 모습은 데이비드가 상상하던 전형적인 미국식 할머니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순자는 이 가족에게 가장 소중한 선물을 가져옵니다. 바로 ‘미나리 씨앗’입니다. 그녀는 숲 속 냇가 근처 눅눅한 땅에 미나리 씨앗을 심으며 말합니다. "미나리는 어디서든 잘 자란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누구든 뽑아 먹을 수 있고, 약도 된다."
뜬금없이 냇가에 미나리가 무엇일까. 의구심이 들었지만 제목인 미나리가 상징하는 바가 있을 거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제이콥이 정성 들여 가꾸는 농작물들이 가뭄과 화재로 위기를 겪을 때, 숲 속 한구석에 아무렇게나 던져진 듯한 미나리는 스스로 뿌리를 내리고 풍성하게 자라납니다. 미나리는 어떤 고난에도 굴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강인한 생명력을 의미합니다. 결국 할머니 순자는 문화적 차이로 서먹했던 데이비드와 교감하며, 가족의 깨진 틈을 메우는 정서적 지지대 역할을 하게 됩니다.
3. 불타버린 창고와 새로운 시작
영화의 후반부 제이콥이 드디어 판로를 뚫고 수확물을 저장해 둔 창고가 불타버리는 장면에서 너무 안타깝게도 불을 낸 것은 뇌졸중으로 몸이 불편해진 할머니 순자였습니다. 평생을 바쳐 일궈온 '아메리칸드림'이 한순간에 재로 변하는 순간, 부부는 서로를 비난하는 대신 불길 속에서 농작물을 하나라도 더 건져내기 위해 함께 뛰어듭니다.
성공의 상징이었던 창고는 사라졌지만, 그 비극을 통해 가족은 서로의 존재가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저라면 너무 비통해 쳐다만 보고 있었을 것 같은데 이 가족은 위기에 상황에 하나 됨을 보여 줍니다.
영화의 마지막, 제이콥은 아들 데이비드와 함께 할머니가 심어놓은 미나리 밭으로 향합니다. "할머니가 좋은 자리를 잡으셨네"라는 제이콥의 대사는 이상하게 안도감을 주었습니다. 거창한 성공이나 부의 축적이 아니라, 어떤 땅에서도 꿋꿋하게 자라나는 미나리처럼 가족이 함께 생존해 나가는 것 자체가 승리임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결론: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심어진 미나리 한 줄기
살아가면서 누구나 낯선 자리, 새로운 인간관계, 혹은 예상치 못한 불행, 이루려던 일의 실패등을 경험할 때 이 영화의 미나리라는 상징은 내가 어디에 있든 가족과 함께라면 같이 성장하고 뿌리는 단단해질 것이라고 알려 주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인내'와 '성장'의 메시지를 저와 모두의 삶에 투영해 보면 자신의 삶에 투영해 보면 정성스럽게 심은 미나리가 어느덧 냇가를 가득 채우듯, 우리의 노력도 분명 풍성한 결실을 맺을 것입니다.